상품후기
끄레마 일병 구출기
두 달 가까이 매일 한두 잔씩 브리카2로 에스프레소를 만들면서 깨달은 것은,
'원두를 아끼면 끄레마 일병이 달나라에 간다'는 것입니다.
탬핑이라고 하지요? 바스켓에 원두를 담은 후 적당한 압력으로 고루 누르는 것 말입니다.
처음에는 브리카인데 괜찮겠지 하여 대충 평평하게 다듬기만 하고 누르지 않았는데 희멀겋고 비실비실한 끄레마만 조금 떠돌다가 마시기도 전에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애꿎은 브리카만 탓했는데,
어느 날 탬핑을 시도해 보았습니다.(업소처럼 도장(?)으로 누르는 정도는 아니고, 원두 담는 숟가락으로 고루고루 꼭꼭 눌렀습니다)
그랬더니 끄레마가 아연히 살아나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원두를 담을 때마다 탬핑을 조절하며 살펴보았는데 탬핑이 어느 정도 된 날은 끄레마 일병이 건강하게 귀환하고
원두가 부족하다거나 하여 탬핑을 부실하게 한 날은 끄레마 일병이 달나라에 갔습니다.
자가로스팅한 커피숍에서 원두를 산 적이 있는데, 그 집에서는 원두 입자가 흑설탕의 사촌형님 정도로 굵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눌렀다고 생각했는데 그 원두를 다 마실 때까지 끄레마 일병은 비실비실하더군요.
그리고 까뮤 이벤트 주문 후 원두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다빈치 원두를 샀는데(다른 커피숍 원두는 100g 6000원인데 이건 5000원이더라고요, 값이 싸서 ^^;;;)
거의 밀가루 수준의 원두라 눈물을 머금고 꽉꽉 눌러 담았더니 200g 사서 다 마실 때까지 데미타쎄에 넘치도록 건강한 황금빛 모습으로 돌아오는
끄레마 일병을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늘 마지막 남은 원두를 털었는데, 브리카2의 바스켓을 채우려면 14~15g이 필요한데 딱 절반밖에 안 들어겠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이다 싶어 꽉꽉꽉꽉 눌러 다지면서 탬핑하고 물도 계량컵 반으로 넣었더니 제가 지금까지 마신 중에서 (커피숍 포함) 최고로 건강미 넘치는 황금빛으로
포실포실하게 살찐 (그야말로 솜사탕, 큰 방울도 하나 없는!) 끄레마 일병이 귀환했습니다. 감격감격 T_T
그 건강한 끄레마 일병은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진하고 부드러운' (이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표현)
에스프레소 한 잔을 제게 선물로 가져왔습니다. 감격감격 T_T
(씻으려고 브리카를 열었더니 바스켓 안에서 원두 케이크가 깨져 있더라는 것이나)(물이 역류하여 탱크가 커피물로 가득하더라는 것이나, 그런 건 논외로 취급하겠습니다)
결론은 양자택일인 것 같습니다.
원두를 아끼고 끄레마 일병을 달나라에 보낼 것인가, 아니면원두를 팍팍 눌러담고 끄레마 일병을 건강하게 구출할 것인가, 입니다.
선택은?취향이지요. _(_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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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글을 읽고 커피를 팍팍 눌러담았어요
그 동안 커피 추출후 탱크에 물이 조금씩 남아있었는데
탱크가 뽀송뽀송하더군요^^
근데, 크레마가 생기다 사라져... 달나라로 갔나봐요 ㅠㅠ
내공이 부족한게야요??? 2006-10-16 10:51:00
실감나는 표현 감사합니다
저도 커피를 팍팍 눌러담고 끄레마 일병을 구해야겠군요^^ 2006-10-15 10:55:00
포트에서 잔으로 따를 때 (잔은 미리 데워 놓고) 그냥 주르르 따르지 마시고 살살 원을 그려 돌리면서 끄레마를 안으로 모으면 좀 낫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끄레마가 포트 벽에 붙어서 남거든요. 2006-10-16 23:52:00
제껀 브리카 제품이 아니라서 크레마가 전혀 없답니다.
사용하기 편리하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크레마가 궁급하네요... 2006-10-20 13:45:00
아뇨, 잔에 따르기 전에,
추출 후 금방 사그라져 버릴 때도 있더라구요... 2006-10-17 01:07:00
며칠전 카뮤에서 커피샀는데요^^ 2006-10-18 16:58:00
원두가 오래되었거나, 입자가 굵어서 탬핑의 효력이 없을 수도 있겠군요. 저도 처음 여러 번 그랬거든요. 특히 입자가 굵을 때는 탬핑을 어지간하게 해도 소용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쓰는 다빈치 원두는 에스프레소 머신용으로 분쇄한 밀가루 수준이라서 탬핑하면 다져지는데, 다른 커피숍에서 샀던 좀 굵게 갈린 원두는 힘줘서 눌렀는데도 유독 끄레마가 없다시피 약했거든요. 원두 입자 크기가 어떠신지요? 2006-10-18 00:2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