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후기
사이폰, 생두, 드립포트 받았답니다.
반수생인 주제에 분수에 넘치도록 요것조것 사들이고 있는 엠리입니다.
내년 봄부터 하나하나 사들이려고 했는데 몇 주 전에 엄마가 모카포트를 사 오는 바람에... 덜컥 커피 불이 붙었죠.
한달도 안 되는 동안 20만 원도 훨씬 넘게 쓴 것 같군요.
대학 졸업 뒤에 커피를 배우려 했는데(전공이 문학입니다. 문학과 커피―왠지 어울리지 않나요? ㅋㅋ) 계획이 살짝 틀어져 버리는 바람에 일찍 독학으로나마 시작하게 되었다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자기 일이면서 남 일처럼 말하네요)
뽁뽁이에 싸인 건 사이폰, 채크무늬 상자는 드립포트, 동글동글 콩은 예멘 모카입니다.
이 사진에는 사은품으로 온 원두랑 사이폰 여분 필터가 안 찍혔네요.
프로의 맛, 사이폰....응?.... 중학생 때 일문과 가고 싶다고 꽤 오랫동안 배우다가 한자에 막혀서 포기 했는데..
역시 한자에서 막히는군요.
에이... 좀 열심히 해 놓을 걸 ㅜㅜ
사은품으로 온 원두(인도네시아 만델린)는 사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갈아져 왔더군요.
사이폰 용도로는 얼마만큼 갈아야 하는지 이론만으로는 감을 못 잡고 있었는데, 이걸 보고 감을 잡았습니다.
이게 사소한 감동이구나 했답니다. ㅎㅎ
워낙 게으른 성격이라 ''알코올은 나중에 사야지'' 하며 미루고 있었는데, 택배 뜯자마자 원두부터 볶아 보고, 넓은 쟁반에 원두 펼친 뒤에 약국으로 바로 튀어나갔답니다..
집에 오자마자 깔때기 꺼내서 알코올램프에 알코올을 조심조심 넣었답니다.
원두는 소량 덜어서 결점두 골라냈는데... 이거, 원두 크기가 꽤 작아서 그런지 결점두가 은근히 많더군요.
멀쩡한 콩도 실수로 골라내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결점두가 생각보다 많았어요.
볶기 전에 물에 살짝 씻는 게 좋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 정수기 물에 살짝 행구고, 주먹 두 개가 들어갈 정도의....
주전자? 냄비? 후라이팬?.... 여튼 물을 조금 끓일 때 쓰는 곳에다 원두를 넣고 약불에서 볶았답니다.
살살 볶으면서 수분을 몽땅 날린 뒤에는 뚜껑을 덮고, 뚜껑이 날아가지 않도록 꼭 쥐고,
기다랗게 뻗어 나온 손잡이를 꽉 쥐고 위 아래 좌우 뱅글뱅글 흔들어 주며 볶았죠.
1차 팝핑 소리가 시작된 지 꽤 되었다 싶을 때 불을 끄고 채에다 옮겨 담았습니다.
소쿠리에 턱 원두를 붓고 채로 들었다 부었다 하면서 한참 식히고
마지막으로 쟁반에다가 살살 고르게 펴담고 창가에 얹고 냄새를 맡았는데....
이건 또 무슨... 내가 잘못 볶았나? 분명 커피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그래도 버리기는 아까우니까...
하면서 외출...
그런데.... 알코올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제가 나간 동안 귀가한 엄마가 원두를 지퍼백에 담아 놓았더군요.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봉지를 열고 냄새를 맡았는데...!
이렇게 좋은 커피향은 처음 맡았습니다.
이제 며칠 놔두면 점점 좋아지겠죠.
사진은 좀 강하게 볶아진 느낌이 나는데, 사실 미디움에서 하이 정도랍니다.
쉬지 않고 마구 흔들어댔더니 모두 고르게 볶아졌더군요.
칭찬에 인색한 엄마가 "꽤 괜찮게 볶았네"라고 칭찬까지 했으니, 첫 로스팅으로는 대성공이겠죠?
사이폰 첫 사용은 손님 오셨을 때 하는 바람에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책에서 본대로, 카뮤 사이폰 소개 동영상에서 본대로 했더니 맛있게 잘 되더군요.
커피 만드는 게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유리가 깨지지 않도록 조심하기만 하면 최고 기구입니다.
커피 드립은 며칠 뒤에 새 원두로 첫 개시 해 보려고 합니다.
집에 있는 illy는 뜯은 지 조금 된 거라서 부풀지 않을 것 같아요.
내일은 안 쓰는 후라이팬에다가 커피 볶아 봐야겠습니다.
수시 시즌인데... 이러고 있네요 ㅋㅋ! 곧 1차 합격 발표 나는데... 에이, 1차 정도야 붙겠죠. 2차가 문제지~
대학에 합격 한다면, 기숙사는 못 들어가겠네요.
모카포트에 사이폰에 드리퍼에...거기다 원두도 볶아야 하니까... 자취 해야 될 이유 생기고 좋네요 뭐 ㅋㅋㅋ
대학 떨어져도, 이 열정 몰아서 바리스타 학원 다녀도 될 테고요.
여담인데, 사은품으로 받은 인도네시아 만델린을 사이폰으로 커피 만들어 마셨는데 제 입맛에는 별로더군요.
그래도 엄마 입맛에는 딱 맞아서 좋았습니다.
가족끼리 입맛이 제각각인데, 엄마는 저만큼 커피를 자주 안 마셔서 ''이 취향의 차이를 어떡하지'' 하고 고민 했거든요.
헤헤, 돈을 조금 더 모아서 여름에는 더치커피에 도전을...!
어이쿠, 다 돈이네요 ㅜㅜ ㅋㅋㅋ 그래도 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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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폰의 경험은...
친구와 즐겨가던 일식 찻집에서 내온 사이폰 커피가 전무했음.
멋모르고 시럽에다 크림까지 듬뿍 타 휘휘 저어 마셔 원액이
어땠는지 기억 아련함!
아, 멋진 사이폰을 들이셨다니
부러워서리 지나다 몇 자 적습니다.
p.s. 프로의 맛, 사이폰 커피! 2009-10-23 10:44:59
엠리님 글을 읽다보니 어느새-
제가 핸드픽을 하고있는 마냥 뒷목이 쭈-욱 땡기는 기분이에요 `ㅡ`
골라본 애들중에 젤 몬생긴 애들이 아마 만델링이랑 예가체프 같은 생두였어요.
몬생기고 썩은콩도 많고 찌그러진놈 덜 자란놈 등등-_-해서 정말이지, 뭐여 이 몬생긴것들은! 하면서 골랐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열심히 꼼꼼하게 골르고 나서도 또 한번 스윽- 보면 또 몬생긴애들이 눈에 보이더라구요 ㅠ_ㅠ
말그대로 핸드픽!이다보니 더 꼼꼼하게 더 세세하게 고를수 있겠지만,
또 어찌 생각해보면 사람이 손으로, 눈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완벽하지 못할 수도 있구나- 싶어요.
받으신 생두에 몬난것들이 좀 있더래도 ㅠ_ㅠ 어흑 2009-10-24 11: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