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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후기

동티모르 - 골목마다 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러블리 아련 2012-02-16 조회수 2,515

1.

어릴 적 일요일이면 엄마가 헌금하라며 쥐어주는 500원짜리를 꼭 쥐고 성당엘 다녔었다.
그 500원짜리는 어느날부터인가 헌금통으로 들어가지 않고 소위 삥땅을 치고는
미사와 주일성경학교까지 마치곤 쪼르르르 성당 밑 구멍가게에 갖다 바쳤으니
그 제물의 주제는 부산 사투리로 <쪽자> 일명 달고나였다.
조그만 연탄불 하나에 꼬마딱지들 머리통이 네댓개씩 동그랗게 둘러 붙어서는
무슨 예술작품에 매진하는 것 마냥 심각하게 어떻게 하면 태워먹지 않고 맛난 <쪽자>를 해먹느냐고 이러고 있었으니...
정확히 생각은 안 나지만 그당시 500원이면 쪽자계의 기본 설탕뿐 아니라 사탕 머시멜로까지 꽤 많은 횟수의 쪽자를 뽑아 먹을 수 있었으니 

나는 알고보면 성당 밑 구멍가게의 일요일 거물급 단골이었을게다.
 

500원을 구멍가게 주인장 아줌마한테 내 놓고는 제일 좋은 연탄불 중앙을 떡하니 자리잡고 있으니 어느날인가는 그런 나는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한학년 아래 지지배가 뜨거운 설탕물이 붙어있는 젖가락으로 내 손등을 찍어 아직 내 왼쪽 손등에 희미하게 그 화상자국이 남아있어 그 때의 기억이 가끔 생각나곤 한다.
화려했던 쪽자계의 거물급 노릇도 어느날인가 끝을 맺게 되었으니... 

어느 날 집에 급한 일이 있어 11시 미사를 마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엄마에게 현장이 발각되어 오지게 맞고, 

일요일의 500원 헌금뿐 아니라 당분간의 용돈도 박탈당하며 그렇게 그 골목에서의 내 유년시절의 하나의 추억거리도 말 그대로 추억이 되어 버렸다.

2.

언젠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인도네시아에서 아직 독립하지 못한 동티모르의 실상에 대해 읽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식민지, 독립.. 뭐 이런 얘기는 우리네 일제시대나 인도의 영국의 지배쯤으로 그저 좀 먼 옛날 얘기로만 생각했는데 아직도 식민지인 곳이 있고 

인도네시아의 유혈 식민행태에 한동안 인도네시아가 야만적으로 느껴지며 싫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동티모르가 가깝게 느껴진건 박원순 주연의 동티모르 어린이들의 축구 얘기를 그린 영화 (제목은 기억이 안난다. 그 영화를 보지를 않았음으로.. ^^)였었지.
뭐 그 정도였다. 동티모르란 나라에 대한 내 생각.

 

3.
카페뮤제오에서 새 커피가 선보였다.
이름하야 <동티모르>
때마침 깡통커피고 갖볶은 커피고 커피라곤 다 떨어진 마당에 그 맛이 궁금하야 주문을 하여 보았다.
-길버트야 새 커피 오늘 왔는데 뭘로 뽑을까? 핸드드립? 모카포트?
-음...모카포트
그리하야 임페리아를 내어 커피를 뽑고

반죽해 놓은 와플을 구워 같이 내었다.(아직 반죽 붙는 요령이 부족하여 구멍 숭숭 뚤린 허술한 와플 꼬라지 하고는..^^)

설탕을 넣지 않은 나의 아메리카노는 한 입 머금고 그 맛을 보니..
익숙한 이 맛은?
어쩜좋아! 적 연탄불에 머리를 박고 해 먹던 그 달고나의 맛!!!!!!!!! (느낌표 7개 이상은 붙여줘야만한다 후훗)
머릿속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리저리 잘 튀는 아일린이는 커피 한 모금에 또 어릴 적 추억 한 자락을 붙잡게 되었으니.. 

내 왼쪽 손등에 희미한 추억자욱을 남긴 그 아이는 어디서 무얼 하고 살고 있을까? 

일요일이면 연탄불 정중앙을 독차지하던 얄밉던 그 기집애를 가끔씩 기억할까?

 

그러했다
내게 커피 동티모르는 분쟁의 역사니, 박원순 주연의 그 영화의 아이들의 축구영화니 이런건 모르겠고 

내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바글거리던 아이들의 쌔까만 머리통들이었으니..
지금은 공짜로 준다고 해도 달아 싫다하는 달고나, 쪽자의 추억이니.. 참 애틋하고 아련하지만 내 손등의 희미한 화상자욱 같은 달콤쌉싸름한 그런 맛!

 

그나저나 온동네 골목길마다 시끄럽게 뛰어놀던 그 많던 아이들은 다들 어디로 간 걸까?
골목길에 추억이 없는 아이들은 이 다음에 커서 동티모르 같은 커피를 마시며 당최 어떤 것들을 기억할까? 

혼자서 그냥 좀 씁쓸하니 그러한 밤이다.

총 댓글 2 추천 : 0 추천하기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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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로마

    감성깊은 후기어요!!!!!!! 박수 백만번!!! 짝짝짝짝짝x100

    달고나...저도 달고나가 어색해요...전..항상 띠기..띄기??..한글표시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냥 띠기인데...ㅎㅎ 저도 어릴 적 정말 좋아했어요~지금도 좋아하지만..ㅎㅎ
    어릴 적 밖에서 사먹는 걸론 양이 차지 않아서 재료 물어보고서 눈대중 만드는 법, 아주머니의 손놀림을 외어
    집에서 동생들이랑 도란도란 열심히 만들어 먹었어요..국자 몇 번 태우고 혼나고..ㅎㅎㅎ
    꾹 누르려고 국그릇도 활용하고 그림그리겠노라 동생들이랑 철사도 휘어보고..
    지금 생각해보니 지금보다도 굉장히 부지런했던 때네요..ㅎ

    와플!! 대단해요!! 이러니 또 와플기가 탐나는..+ㅁ+..쿨럭..

    동티모르...검색해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슬픈 나라군요..ㅡ.ㅜ..
    커피 생산국은 어찌 그리들 힘들고 어렵고 가슴 아픈지..

    저도 오늘 동티모르가 왔어요!! ㅎㅎ
    바로보다는 묵혀야 제 맛이래서 하루이틀 기다려볼까 생각중이에요~ㅎㅎ
    아까 밀폐병에 옮겨담으면서 원두 2~3알 씹어먹었는데..오..
    첫 맛은 가볍고 깔끔하고 씹으면 씹을 수록 씁쓸한 맛이 싫지 않게 나오더라구요..ㅎㅎ

    아련님 덕에 단순한 저도 생각이란 걸..아니 감상이란 걸 하면서
    동티모르 맛나게 마실 수 있을 것 같아요~^^
    2012-02-16 22:06:23

  • 김아현

    ㅋㅋㅋ 저도 동티모르 보고 그 영화가 생각났다죠... 오랫만에 좋은 커피를 마셔서 너무 좋았어요..
    어서 생두를 구입해서 직접 볶아보는 날이 오길 고대하고 있어요..ㅋㅋㅋ

    아 근데 사진을 정말 잘 찍으시네요.. 여기 까뮤에 사진 올리시는 분들은 다들 프로 같아요..
    2012-02-17 00: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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