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후기
으랏차차 프라이팬 홈로스팅
리넨
2010-05-28
조회수 4,773
드립용 분쇄 커피만 사먹던 저는 원두를 그때그때 갈아 먹으면 향과 맛이 더 좋다고 해서 핸드밀이나 구입할까 하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카뮤를 알게 되고 상품 고르느라 홈피를 누비다 보니 자연스레 사용후기 시음후기에서 홈로스팅 관련 얘기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로스팅이 어렵고, 커피 맛과 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이라 로스팅 기계가 꽤 비싸다고 알고 있었는데
집에서 해서 맛이 날까 의심하고 있었는데 실감나게 과정 사진과 결과물 사진을 올려주신 걸 보니
홈로스팅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막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콜롬비아 슈프리모 갓볶은 커피 200g을 사고 역시 콜롬비아 슈프리모 생두 500g을 샀어요.
뭔가 비교 대상이 있어야 제대로 한 건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카뮤의 글 뿐 아니라 홈로스팅 관련으로 여기 저기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읽고 가장 구하기 쉽고 간편한 도구인 프라이팬으로 시도를 해봤습니다.
프라이팬을 예열한 뒤 생두 70g을 넣고 볶기 시작했는데, 처음이라 긴장했던지
콩이 타지 않게 해야한다는 목적에만 매달리다 보니 결과는 완전 실패였어요.
제대로 부풀지도 않고 윤기도 안나고 색깔도 안나오고 탄 내밖에 안나고.
문제가 뭘까 돌이켜 보니 제가 수분 날리기 과정을 날려버린 거였어요.
약한 불에서 약 8-10분 동안 수분날리기를 하며 연두색 생두가 노란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는 걸 지켜봐야 했는데
강불로 놔두고서 계속 저어대기만 했으니 속은 익지도 않고 겉은 타버린 거죠.
씹어봤더니 바삭도 안 하고 딱딱하더군요. 이건 대체 어떤 맛일까 한번 갈아 먹어보려다가 새로 산 핸드밀 세라믹 날 깨질까봐 그냥 포기했어요.

(아까워서 빈 병에 담아놓은 첫 번째 완전 실패 로스팅. 코를 가까이 대 보면 희미한 커피향이 나요.)
두 번째 로스팅은 수분날리기는 했으나 1차 팝핑 후에 2차 팝핑이 오자마자 서둘러 불을 끄고 냉각을 시켰는데
첫 번째보다는 나았지만 역시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1차 팝핑은 딱 딱 소리가 크게 들리고 2차 팝핑은 또로로록. 티티티틱 이런 방정맞은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린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2차 팝핑이 제대로 이뤄지기 전에 불을 꺼버린 것 같아요.
이틀 숙성시키니 오일도 나오고 커피향도 처음보다는 어지간히 나왔지만 제대로 볶인 콩의 윤기나는 초콜렛 색과 비교하니
너무 희미한 갈색이더군요. 갈아서 드립을 해보니 커피가 물을 잘 빨아들이지도 않고 그냥 흘려보내는 것 같았어요.
맛은 시큼하니 묽기만 하고요.
(두 번째 로스팅. 열심히 거품기로 뒤섞어서 고르게 타긴 했는데 덜 볶아서 윤기도 안 흐르고 색도 희미해요.)
세 번째는 두번의 실패를 되새기며 수분날리기와 2차 팝핑소리까지 분명하게 듣고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강불에서 볶다가 불을 껐어요.
조금 타더라도 한번 제대로 볶아보자...하는 마음으로 2차 팝핑 소리까지 분명히 듣고 소리가 가라앉자 불을 끄고 냉각을 시켰어요.
콩 크기도 적당하게 부풀고 군데군데 까맣게 탄 콩도 있지만 색깔도 진하고 윤기도 좌르륵 흐르는게 이번엔 괜찮다 하는 감이 오더군요.
냉각시킨 다음에 탄 내가 가시게 말려놓고 지퍼백에 담았더니 향이 정말 진하고 좋아요. 이틀 숙성시킨 뒤 먹어보니
음...제가 볶은 콩이라 관대해서 그렇겠지만 정말 맛이 좋네요. 이맛으로 홈로스팅 하는구나 싶더군요.
(중간중간 새까맣게 된 콩도 보이지만 나름 만족스런 세 번째 로스팅)
막바지에 2차 팝핑 끝나면 후다닥 불끄려고 집중하느라 콩 뒤집고 흔드는 걸 소홀히 했더니 콩이 탄 정도랑 부푼 정도가 일정하지 않지만 그래도 좋아요.
제가 가장 무난하게 좋아하는 게 콜롬비아 슈프리모라 첫 번째 실험 대상으로 골랐는데,
다른 후기들 꼼꼼히 읽어보니 이 생두가 딱딱해서 초보자가 로스팅 하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군요. 헉;;;;
그런데 콜롬비아 슈프리모가 신맛 커피였던 가요? 전 쓴맛 커피로 알고 있었어요.
언젠가 친구가 신맛 커피랑 쓴맛 커피 둘 중에 어느 것을 좋아하냐 그래서 쓴맛 쪽이 더 좋다고... 콜롬비아 슈프리모 좋아한다고 그랬는데...
제 미각에 뭔가 이상이...제가 먹고 별로라고 생각했던 건 콜롬비아 슈프리모보다 훨씬 신맛이 강한 커피였던 건가봐요.
콜럼비아 슈프리모는 먹어보고 딱 좋아 나랑 맞는 커피야, 그럼 이건 쓴맛인가? 이렇게 결론을 내려버렸거든요.
쓴맛 커피라는 만델링을 한 번 먹어보면 제가 쓴맛 취향인지 신맛 취향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겠죠. 아니면 쓴맛과 신맛을 제대로 구분 못하는 미각이던가요;;;;;;
콜롬비아 슈프리모 생두 다 소화하고 나면 과테말라 SHB로 로스팅 해볼 생각이에요.
핸드밀과 생두 살 때 사은품 커피로 50g 왔는데 별 기대없이 내려서 먹었다가 맛이 좋아서 이름을 확인했어요.
당분간 프라이팬 로스팅으로 해볼 생각인데 다른 분들 하신 걸 보니 팝콘 팝퍼도 괜찮은 도구인 것 같네요.
심심할 때 마다 콩 아니라 팝콘도 튀겨 먹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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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로스팅이라니..뿌듯하시겠어요~
저도 조금씩 홈로스팅하는데 덜 볶기도 하고 태우기도 합니다~
그래도 직접 볶은 커피라 맛나더군요..ㅋㅋ
저도 도움으로 알게 된건데 첫번째 실패한 커피 다시 조금더 볶아보세요.
향미는 조금 떨어지지만 그래도 덜볶인상태보단 맛이 좋아진답니다~
2010-05-28 13:34:00
리넨님도 홈로스팅의 세계로 빠지셨군요- 저도 첫 로스팅 이후 뭔가 쏠쏠한 재미에 빠져든거 같은 느낌이라 내내 기분이 좋아요-콜롬비아가...저도 늘 무난히 그래서 젤쉬울줄 알고 주문했는데...힘든 아이였던 것이군요~ ㅡㅁㅡ....다양한 생두들을 볶아보면 뭔가 저만의 블렌딩도 하면서 저만의 맛도 찾지않을까 하는 뭐 그런 지나치게 앞선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2010-05-28 13:46:26
모두들...홈로스팅하시느라...분주...뮤제오에선 팝퍼 수입 안하나??? 홈로스팅에는 팝퍼 최고입니다...첫러스팅 축하드립니다... 2010-05-28 18:53:47
에헷 로스팅 정말 재밌어요. 집에서 국자 태워가며 뽑기 해먹던 기분도 나고, 콩이 변하는 걸 보니 신기해요. 당분간은 이콩 저콩 볶아가며 홈로스팅 재미에 빠져 있을 것 같습니다. 카뮤 게시판에서 저처럼 로스팅에 낚이는 분 많을듯요. ㅋㅋㅋ 조언들 감사해요~ 2010-05-30 00:0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