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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후기

알레씨의 크리스탈 컵 AMJ29

이상호 2009-02-13 조회수 1,899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윤광준의 생활명품' 이란 책이 있습니다.

특히 성향이 비슷한 분 들에겐 거의 지름의 바이블 같은 책인데, 

커피 이야기도 빠지지 않아서 칼리타의 동포트나, 자센하우스의 핸드밀,브리카의 모카포트도 다뤄지고 있습니다.

대개 이 세상의 형상있는 것들은 다 허망한 것이라는 붓다의 말씀까지 빌지 않더라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영원한 것, 

완벽한 아름다움에 대한회귀본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종류의 물건을 살 때도 가급적 그런 안도감을 주는 것이길 바라며, 그 댓가로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금전적 지출을 하고도 

오히려 행복감을 느끼며, 그래서 명품이라고 불리우는 거지요.  

 

지금 이야기하려는 알레씨의 크리스탈 컵은 그런 면에서 딱 제 취향에 맞습니다만, 원래부터 그걸 사려고 했던 건 아니었구요, 

처음에는 윤광준씨가 소개했던 독일제 예나글라스의 컵이 목표였습니다.

실물은 본적이 없으나... 사진으로 본 이 컵의 아름다움은 단순한 선에 있습니다. 

군더더기나 쓸데 없는 곡선은 들어가지 않고, 그냥 가장 담백한 형태의 컵이요.

해서 언제고 이 컵을 사겠다고 마음을 먹고 작년 말에 검색에 들어갔는데, 의외로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예나글라스의 다른 컵들은 간간히 눈에 뛰는데, 책에 나온 건 잘 안보이구요,

그 과정에서 생산공장이 독일에서 헝가리였던가? 로 넘어가면서 브랜드명도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컵을 주문하고 결제까지 마쳤다가 어찌어찌 취소한 사정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한달쯤 뒤 다시 주문하려고 보니 거의 50퍼센트 가까이 가격이 올라있더군요. 

환율불안 때문이죠. (리만 브라더스 미워요.)

몰랐으면 모르되 도저히 오른 가격으로 사긴 싫어서 뭉기적거리다 우연히 뮤제오에서 발견한 게 바로 오늘의 주인공, 알레씨였습니다.

 

몇가지 디자인이 있지만, 딴 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구요, AMJ29 하나만 제 기준에 부합하는 거라고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며칠 뒤 배송받은 컵을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은 무지 가볍고, 얇고 가냘프더군요.

컵에 담긴 내용물과 컵을 쥔 손 끝과의 경계를 최소한으로 하겠다는 듯한 의지.

이 컵의 정체는? 아직도 잘 모릅니다. 

 

원래는 와인잔인데, 생긴 모양 때문에 그냥 물컵으로 써도 괜찮다는 설명이 있습니다만, 

우리는 그냥 커피잔 으로만 애지중지 쓰고 있으며 설겆이 때도 수세미 절대 금하고 스폰지로 뽀득뽀득...

마나님은 이 컵을 쥘 때마다 마치 달걀 껍질같이 꽉 쥐어서 부서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하던데, 

말이 씨가 된다고 며칠 전에 그만 하나를 깨먹고 말았습니다.

잘 씻어서 찬장에 넣어두다가 넘어져서 팍삭... 한거죠. 

 

한동안 심각한 정신적인데미지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T_T

다음번 커피 주문 때 다시 하나 사려고 마음은 먹고 있는데...

어째 이놈은 제가 주문할 때만 피해서 세일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군요.

그게 바로 명품의 까탈스러움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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